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피해자에게 내린 법원의 피해자보호명령을 경찰이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다.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도와달라는 피해자 앞에서 “판사가 할 일이다”라며 되돌아갔다. 피해자는 경찰로부터 “떼쓰지 말라”는 말을 듣고 남편을 피해 집을 나와야 했다.
B씨가 임시보호조치명령서를 보여주자 A경위는 “이건 그냥 종이일 뿐이다”고 일축했다. A경위는 B씨에게 해당 명령서를 발부한 판사에게 전화를 해보라면서 “법원이 이렇게 종이 딱지만 보내놓은 건 무책임한 것”이라며 “우리는 법원하고 다르다. 우리한테 강제력을 요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A경위는 피해자 B씨를 도와주려는 후배 경찰을 제지하기도 했다. 후배 경찰이 “퇴거를 명하는 것을 전제로 접근금지가 내려진다”며 남편이 집에서 나가는 것이 맞는다고 설명하자 A경위는 후배 경찰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지시했다. 이어 A경위는 “후배가 잘 몰라서 하는 얘기다”라며 “(집행은) 판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현행범 체포해야 하는데…경찰 “업무 미숙했다”
현행법상 이러한 경찰의 행동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피해자보호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를 어긴 가정폭력행위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한다.
김경수 변호사(법률사무소 빛)는 “가정폭력행위자가 법원의 임시보호명령을 어기고 집에 거주하고 있었다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즉시 퇴거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이를 거부하는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했어야 한다”며 “이러한 경찰의 행동은 오히려 가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매우 부적절한 대응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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